금강산 관광객 총기 사망사건 이후 급격히 냉각되기 시작한 남북관계가 장기적 경색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8월 3일 금강산 관광지구에 체류하고 있는 불필요한 남측 인원들에 대해서 추방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바 있던 북측이 실제 8월 10일 금강산지구에 남아있던 한국관광공사와 금강산면회소 인원들에 대해 1차 철수 명령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금강산관광이 금년 내로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같은 남북관계의 경색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온 일이긴 했으나 경색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고 진행 속도도 빨라서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지금 추세라면 머지않아 우리는 그동안 어렵게 쌓아놓은 평화적 남북관계의 성과를 모두 잃어버린 채 상호비난과 극단적 대립만 난무했던 냉전시대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염원해 왔던 평화통일의 달성이 그만큼 요원해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남북관계가 정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호 신뢰와 대화가 먼저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 상호 길들이기 정책은 끝없는 대립만 불러올 뿐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최근 금강산 사건으로 인해 국민감정이 악화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화통일이란 민족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냉정을 잃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최근 북한은 2007년 홍수와 흉작, 세계적인 식량가격 급등으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장 피에르 더 마제리 북한사무소 대표는 7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1990년대 이후 최대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북한주민 5백-6백만명 가량이 끼니를 잇지 못해 초근목피로 살고 있고, 어린이들은 영양 실조와 질병으로 발육이 크게 부진한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북한의 식량위기가 알려지면서 WFP는 60만 톤의 식량지원을 약속했고 미국도 북핵 협상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해 줄 것을 공표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사 직전에 있는 북측의 형제자매들은 애써 외면한 체 북측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비춰볼 때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으면 만들었지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면 대결보다는 한걸음 양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도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북측과 만나는 일이 먼저다. 우리와 생각이 다르고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한 형제요 한 자매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소태산 대종사가 말씀하셨던 강자약자 진화상의 요법은 지금 남북관계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우리가 강자라면 강요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