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문갑에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길래 저렇게 꼭꼭 쇳대를 채우실까?’
제자는 궁금했다. 아닌게 아니라 대종사 하는 모습이 그랬다. 며칠씩 멀리 떠날 때야 그렇다치고, 반나절 외출이나 잠깐 사이에도 대종사는 문갑에 자물쇠를 채웠다. 변소 가는 걸음에도 열쇠 짤랑이는 소리가 난 것 같았다.
‘비싸고 귀한 것일수록 다 나눠 주시는 분인데 거 참 이상도 하네. 우리들 주기 아까운 뭔가가 있는걸까? 아니면 정말 비상시에 꺼내시려고 숨겨두시나?’
한번 품은 의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물려받은 유품인가 싶다가도 금붙이며 돈다발, 아니면 전국 각지에서 생불님 뵈러오는 사람들의 선물인가도 싶었다. 평소 받은 것이라면 골고루 나누게 하던 스승님이 정작 귀한 것은 빼놓으시나 싶기도 했다. 가난이 죄를 부른다고, 혹시 사람들이 뭘 가져갈까봐 그런가도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제자는 제 허벅지를 찰싹 때리고는 대번에 몸을 일으켰다. 직접 여쭈러 가니 마침 외출 채비를 마친 대종사가 또 열쇠를 채우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시는데 어째 그럴 때마다 자물쇠를 채우세요? 귀찮지도 않으세요?”
대종사는 완연한 웃음을 띈 채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사람들을 의심한다거나 중한 물건이 있을까봐 이러는 게 아닐세. 나를 보러 온 많은 제자들과 외인들이 혹여 견물생심에 죄 지을까봐 그러는 것이지. 죄를 짓는 것도 나쁘지만, 죄를 짓게 만드는 것도 나쁜 일인게야.”
제자의 입에서 ‘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죄를 짓게 만들지 않는 것 또한 유념 대상이었다. 이후 제자 역시 잠깐 들고 나면서도 방문을 잘 닫고 열쇠를 채웠다.
“이 놈! 열쇠 하나 못 챙기는 주의심으로 세상을 어찌 구하겠다고!”
어느 날 총부에 대종사의 호통이 울려퍼졌다. 창고며 법당 문단속을 맡던 한 제자가 열쇠를 책상 위에 꾸러미 채 놔둔 것이었다. 아무 일 없이 잘 찾았으면 됐지 싶던 제자들이 스승님의 꾸중에 몸둘 바를 몰랐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혹시 공금이나 공물이 없어졌으면 어쩔 것이야! 공사를 방해하고 범인 찾는다고 여러 사람 의심하게 되었을 것 아니냐. 열쇠 하나로 이중삼중 범부에 죄를 진 것이다.”
평소에 ‘도둑 만들지 말라, 사람 의심하게 하지 말라’고 했던 대종사의 말씀이 새록새록 다시 떠올랐다. 작은 실수 하나도 크나큰 죄가 된다는 생각에 제자들은 죄 안 짓고 죄 안 만들기를 가슴에 새기며 서로 조심하며 살았다.
정리 민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