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따뜻해지나 싶었는데 눈치 빠른 꽃샘추위가 그새 찬바람을 잔뜩 몰고 왔다. 옷장 안에 넣어둔 목도리를 다시 꺼내 동여매고 거센 바람을 피해 종종 걸음을 걷는 출근길이지만, 잔뜩 움츠러든 어깨와는 다르게 마음이 싱글벙글 즐겁다.
3월 초에는 여기저기에서 평화교육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특히 신입생을 맞이한 중고등학교에서 창의재량 수업시간에 평화교육을 해줄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 교육이 확정된 아이들을 위해 강의를 준비하는 손끝이 신나있다. 새 학기를 맞아 두근두근 들떠있는 신입생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 속에 화사한 봄꽃이 만개하는 기분이다. 분명히 잔뜩 곤두서서 쉭쉭대는 아이들이 몇 명쯤 섞여있을 것이고, 처음엔 늘 그렇듯 너는 뭐야 하는 얼굴로 날 바라보겠지만, 경험이 쌓이고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그런 치기 어린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이 반짝반짝 착한 눈으로 날 바라봐주는 아이들보다 더 반갑다.
평화교육은 이미 평화로운 아이들보다 아직 평화롭지 않은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교육이니까. 공격적으로 내뿜는 독기를 걷어내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여리고 어린 아이가 숨어서 떨고 있음을, 토닥토닥 건네는 따뜻한 사랑 하나, 힘을 실어주는 인정과 칭찬 한마디에 그 누구보다도 힘껏 자라나 어느덧 주변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크고 강해짐을 알기에, 세상에 부딪히고 사람에 치여서 잔뜩 토라져 있는 눈빛들을 발견할 때마다 의욕이 화르륵 불타오른다.
그 동안 평화의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온 학교들은 대부분 대안학교였다. 학기 중에는 평화교육을, 방학 중에는 평화봉사기행을 함께 하며 아이들이 조금씩 성숙하게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평화의 친구들에 신뢰를 가지고 매년 평화교육을 의뢰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전과 다르게 대안학교 뿐만 아니라 일반 기성학교에서도 평화교육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기성학교는 교육 체계가 딱딱하고 창의재량수업 구성에도 유연성이 없어 평화교육이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다가,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후 평화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학교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필요에 의해 평화교육을 찾다보니 신입생 평화교육, 학부모 대상 인권 교육, 비행청소년 대상 갈등 교육 등 요청해 오는 교육의 종류가 전보다 더 세분화 되어, 맞춤 교육을 위해 평화교육팀의 연구와 교육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평화교육팀을 찾는 곳이 많아져 활기차게 뛰어다니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곳저곳에 자꾸 더 평화교육이 필요해지는 사회의 아픈 현실을 생각하면 이게 과연 마냥 좋아만 할 일인지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다. 그래도 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갈망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치유 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힘을 내서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하나씩 하나씩 나아지고 좋아지겠지. 평화교육을 통해 평화의 흐름에 동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갈등으로 인한 아픔이 조금씩 사라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