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받아들인다는 것
상태바
불편함을 받아들인다는 것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6.0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내가 만난 평화 , (강혜경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용인에 있는 헌산중학교에 캄보디아 봉사활동 사전교육을 다녀왔다. 어디 멀리 교육을 갈 때마다 항상 나도 갈래, 도와줄께 하며 자원봉사자들이 한두 명씩 합류해줘서 자연스럽게 팀을 이루어 다니곤 했는데, 이번에는 다들 바빠 혼자 훌쩍 다녀왔다. 매일 출퇴근길 교통체증에 시달리다가 오랜만에 낮 시간 고속도로를 달리니 스트레스도 덩달아 뻥뻥 뚫리는 것이 아주 기분이 좋았고, 용인 한적한 시골길로 천천히 접어들어 살랑살랑 불어오는 흙, 나무, 꽃향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고 나니 무겁도록 잔뜩 달라붙어 있던 오만 생각들이 몽땅 나비로 변해 날아가 버린 듯 개운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치유의 시간을 만끽하고 나니,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속이 시원해서, 차를 세워두고 밖으로 나와 상하좌우 온 세상을 향해 감사의 손 키스를 전했다. 환경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하니 드라이브는 자제해야겠지만, 가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외곽으로 산책 겸 여행을 나오는 것도 내면의 평화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사전교육을 가면 해외봉사를 앞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물질적으로도 풍족하고 정신적으로도 우월하니 너희를 도와주겠노라’ 는 생각이라면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이방인이고 손님’이다. 착한 척 속에 들어있는 잘난 척을 찾아내 말끔히 내려놓고, 그들의 생각과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의 자세를 갖춰야 ‘반가운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눔과 봉사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생각들을 하나씩 바로잡아 가는 과정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반짝반짝 다듬어져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참 즐겁다.


교육이 끝나면 늘 그렇듯 엄청난 질문이 쏟아진다. 초롱초롱 내 말에 귀 기울이던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봉사자의 자세를 갖출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이 나올 법도 한데, 그런 질문은 한 번도 못 받아봤다. 거기 가면 휴대폰은 쓸 수 있어요? 얼마나 더워요? 숙소에 에어컨 있어요? 같은 질문들이 거의 다다. 거창한 질문을 기대하고 있다가 아이들의 솔직 순수한 질문을 들으면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모든 질문들이 내포하고 있는 핵심에 ‘불편함에 대한 부정적인 저항’이 들어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휴대폰은 요금도 많이 나오고 잃어버릴 위험도 있으니 안 쓰는 것이 좋다고 하면 ‘에이 짜증나’, 몸에 안 맞아 탈이 날 수도 있으니 준비해 주는 생수를 마시라고 하면 ‘뭐야, 물도 맘대로 못 마셔?’, 날씨가 한국보다 많이 습하고 더우니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부채 같은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하면 ‘아, 더우면 완전 짜증나는데, 나 안 가’ 하는 반응을 보인다. 아이들에게 불편함은 ‘짜증나고 열 받으니 피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철없는 어른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 상황을 즐길 줄 아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적응력을 갖춰야 어디를 가도 그들의 문화에 온전히 흡수되어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올 여름, 여행이나 봉사활동 계획이 있다면, 불편함을 받아들일 준비를 먼저 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