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유념有念
상태바
기억과 유념有念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9.27 0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28) /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기억이 없다면 세계도 없다 할 수 있습니다.(피히테) 기억은 유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다만 기억에 끌려다니는지 궁글리는지에 따라 고를 버리고 낙으로 가는 것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바른 기억수행인 유념과 정념(正念)이 중요합니다.



# 기억과 수행 그리고 집착
기억은 표층적인 의식 차원의 기억뿐만 아니라 무의식 차원의 심층적인 기억까지를 고려해야 됩니다. 또한 기억의 역할은 긍정적인 면과 아울러 부정적인 면도 있으며, 잊지 말고 이어가야 되는 연속적인 면도 있는가 하면 잊어서 단절해야 되는 면도 있습니다. 좋은 기억은 간직해야 되지만 나쁜 기억은 통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망각이 요청됩니다.(니체) 망각해야 새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억을 심층의식까지 밀고가야 합니다. 좋은 공부습관도 표면의식에서는 되는 듯해도 실상 경계를 당해서는 잊게됩니다. 무의식의 심층에까지 자리 잡지 못해서입니다. 또한 나쁜 습관의 경우에도 애써서 극복했다 여겨도 어느 순간 그 못된 습관이 돌출되고 맙니다. 결국 무의식의 심층까지 파고들지 못해서입니다. 하고 또 하고 해서 저절로 될 때까지, 저신저골(低身低骨)이 될 때까지 해라는 뜻입니다.(좌산종사)


기억이 있기에 부재(不在)를 느끼게 됩니다.(베르그송) 만일 기억이 없다면 어제 있었던 물건이 오늘 없다는 것을 알 수 없습니다. 기억하기에 ‘없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부재에서 집착이 생기게 되는 메카니즘을 자각해야 됩니다.
돈이 분명 지갑에 있었는데 지금 보니 없다면 아까운 생각이 들고 돈을 찾고자하는 강한 집착이 발생하게 됩니다. 돈이 없는 현상과 이에 대해 집착하는 현상은 동일 계열이 아닙니다. 이 없음에 대한 생각은 집착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미래의 기대와 이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현재의 지각-미래의 기대(염원)는 독립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적 관계의 흐름 속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기억은 현재의 지각과 미래의 기대에 침투하여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그 행동의 경험이 다시 새로운 기억으로 재진입하게 되는 순환구조입니다.(種子生現行, 現行熏種子) 그러면서 또한 기억들은 기억들 간에 계속 새롭게 재배치되는 과정입니다.(種子生種子)


# 기억과 유무념 공부법
‘마음의 존재론’으로써 유념ㆍ무념의 양면과 ‘당처의 수행방법’으로써의 유념ㆍ무념의 수행방법과 ‘사후대조’의 유무념 조사법에는 개념과 적용의 차이가 있습니다.
마음의 존재론으로써 유념ㆍ무념은 진공묘유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무념은 진공에 유념은 묘유에 연계되어 수행방법으로 적용됩니다. 정산종사님은 마음공부의 양면으로써 유념공부는 일용행사에 그 마음 대중을 놓지 않는 것이며, 무념공부는 일용행사에 오직 염착하는 생각을 없게 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경의편 23, 25장) 수행방법으로 무념은 빈 병처럼 텅 빈 무집착, 무주착이라면 유념은 대중있는 일심이요 주의심입니다.


『정전』「일기법」의 유념ㆍ무념은 마음공부법의 양면인 유념공부와 무념공부를 유념할 상황에 처해서는 유념하고 무념할 사항에 당해서는 무념하기를 주의한 후, 이 경계 바로(당후) 또는 일정
한 기간마다(정기) 대조하여 챙겼으면 유념이라 체크하고 방심했으면 챙기지 못함을 자각하여 다시 챙기면 이를 무념이라 체크하는 것입니다.(경의편 22장) 무념체크는 수행의 시작입니다. 무념은 방심을 방심인 줄도 모르는 사심(死心)은 아닙니다. 사심은 죽은 마음입니다.
결국 대종사님께서 일기법으로 유무념 공부를 챙기게 한 것은 유념과 무념의 공부법을 상황에 따라 유념할 곳에서는 반드시 유념을 잊지 말고 무념할 곳에서는 반드시 무념을 잊지 말라는 것으로, 무념에 바탕한 유념공부이며 유념을 함내(含內)한 무념공부인 것입니다.(경의편 27장)
대종사님은 기억을 잡는 수행과 기억을 놓는 수행을 때와 곳에 따라 사용하자는 것(執放自在)으로, 유념할 자리에서 무념을 주장하고 무념할 자리에서는 유념을 주장하면 고해에 길이 침몰하기 때문입니다. (경의편 27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