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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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교당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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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교화, 조금은 다른 시작



명절대재를 맞아 교당 행사들이 활발한 가운데 원불교를 지역 문화 속에 녹아낸 행사가 눈길을 끈다. 많은 비용과 교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화적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기존의 몇몇 교당 행사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교무보다는 교도들이 기획하고, 교당보다는 지역 단체들이 힘을 모으고, 아는 사람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먼저 찾아온 ‘덕바위길 사랑방 축제’하나부터 열까지 교도들이 기획하고, 점심 공양과 공연의 후원도 교도 스스로 찾아냈다. 핑크색 리본을 달고 안내원이자 도우미로 나선 전 교도들, 그들의 마음과 정성이 우렁우렁 맺힌 사랑방 축제를 11월 30일 찾았다.


교당이 위치한 구리시 교문1동은 비교적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가정이 많은 지역. 교당까지 오르는 ‘덕바위길’엔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교당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동장이 알려줘서’ 왔다는 인근의 한 어르신, 걸음이 낯설어보이지 않는다. “원불교가 이런저런 잔치를 열어서 몇 번 와 봤지. 이 집 짓고 나서도 왔었어. 원불교 선생들이 그렇게 많은 건 그 때 또 처음 봤네.”


오전 실내 행사에서는 박기석 교도 회장과 양덕천 교무가 각각 교문 1동 장학금과 독거노인 선물을 전달해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선물이 쌀과 양말 세트라는 말에 듣기만 해도 따뜻하신지 연신 웃는 어르신들. 주광덕 국회의원의 축사에 이은 흥겨운 공연들로 대법당이 확 달아올랐다. 소리와 민요, 장구춤과 풍물로 이어가는 공연 내용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


진한 사골국물에 만두와 갖가지 고명을 곁들인 떡국은 추위를 달래기엔 제격이다. 식당으로 변한 대법당으로 떡이며 과일, 넘칠 듯 푸짐한 점심을 나르는 교도들, 혹여 어르신들 시장하실까 1층 주방서부터 뛰는 바람에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새 김장김치 곁들인 떡국 한 그릇에, 찬바람 따라 깊어지는 어르신들의 외로움이 사르르 녹는다.


공양 후, 웃음사진과 시화 등 전시회가 대법당에 마련됐다. 작품들을 보면서 대법당 기운을 받으시라는 의도. 전시회에 준비된 차만으로 부족하다면 1층으로 걸음을 돌린다. 그윽한 향과 맛을 내는 연꽃 뿐 아니라 두런두런 이야기꽃까지 피울 수 있는 전통 찻집은 교당 신축 이후 자리 잡은 교당의 자랑거리다.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떡메치기’. 김이 오르는 쫄깃한 찹쌀떡을 콩고물에 굴려보다가, 제 키보다 큰 떡메도 들어본다. 교도님들이 몰래 도와주면 한 순간에 힘이 장사! 콩고물이 입가와 가슴팍에 묻어나는 것도 모른 채, 축제 오후가 아이들의 웃음으로 가득 찬다.


구리교당은 이것이 ‘원불교의 축제’라기 보다는 ‘교문동의 축제’, 혹은 ‘구리시의 축제’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지역과의 연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의 자리매김이 먼저라는 것. 그러다 보면 그 과정 안에서 교화는 절로 결실을 맺을 것이란 믿음이다. 첫 축제에 250명이 넘는 지역 주민과 교단 손님들이 다녀간 덕바위길, 그 길에 서 있는 구리교당의 지역 교화는 이제부터 힘찬 시작이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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