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윤동주 ‘소년’중에서
하고픈 말이 참 많지만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걸음걸음 마다 천지의 울림이 없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시간이 강물 따라 흘렀습니다. 한강을 거쳐 낙동강을 지나 영산강을 오르고 금강을 올라 이제 다시 남한강을 따라 서해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생명의 강’을 따라 걷고 걸어 이제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이명박 대통령이 꿈꾸는 ‘대운하’의 망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금은 쇠고기 광우병 파문에 잠시 묻어둔 까닭이지만 광우병 파문이 잠잠해지면 언제고 불거질 ‘대운하’의 악령입니다.
그동안 4대 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성직자들의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일원으로 원불교를 대표해 강 순례에 나섰습니다. ‘4대 종교’라고 이름 하였지만 정작 원불교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였습니다. 새로 태동한 이명박 정권에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정책인 ‘대운하’에 정면으로 반박하기엔 원불교의 힘이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4대 종교’라 불리었기에 더구나 ‘대운하’정책이 원불교 핵심 교리인 ‘사은사상’에 어긋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순례기도 떠난 지 100일이 가까워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출발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교무님들이 순례 길에 동참하셨습니다. 참 가슴 따뜻한 만남이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소년’이 되어 마지막 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염원 올립니다.
오는 5월 20일 서울 경기 시민들의 생명의 젖줄인 팔당에서 ‘4대 종교 여성 성직자’들의 퍼포먼스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원불교 정녀, 천주교 수녀, 불교 비구니, 개신교 목사 각 종교 100명씩으로 펼쳐지는 퍼포먼스, 상상으로도 황홀한 만남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세상의 처음부터 순결과 사랑으로 뭇생명을 살찌워 왔다는 것에 착안하여 ‘4대 종교 여성 성직자’를 모시는 자리입니다. ‘교무님’ 함께해 주십시오.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를 ‘대운하’ 악령이 완전히 지워져 버릴 때가 언제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오는 5월 24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100일간 기도 순례의 대단원이 마무리 짓는 자리에 함께해 주시기를 서울, 경기 지역의 원불교 교도께 엎드려 간곡한 염원을 올립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비록 미약한 발걸음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생명의 강’을 안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