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심플하고 밋밋한 이름이 또 있을까, ‘목요공부방’. 하다못해 교당 이름도 안 붙은 이 공부방, ‘목요법회’, ‘목요특강’, ‘목요만남’ 등등 내키는 대로(?) 불린다는 상계교당의 보석. 4월 14일에도 어김없이 열린 이 공부방의 정체는, 과연 그 중 어떤 이름에도 손색없는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도 줍는’그야말로 속 꽉 찬 자리였다.
“취사한 것을 반조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왜일까요? 바로 반조의 기준인 서원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던 거죠. 기준이 없으니 어떻게 평가를 하겠습니까.”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태, 중동의 민주혁명과 그에 따른 이슬람교의 특징까지 돌아온 최성덕 교무의 강의는 원래 주제인 작업취사까지 돌아온다. 큰 틀에서의 사회현상을 교리로 읽어내는 것이 바로 최 교무 강의의 힘. 3월 일원동성당에서 카톨릭신자들에게 원불교에 대해 쉽고 폭넓게 강연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목요공부방의 침체기였던 94년 부임해온 최 교무는 ‘주중에 한번을 더 와야 교당 분위기가 산다’는 믿음으로 목요공부방 부활 계획에 착수했다. 주로 외부강사들을 초청해 미술, 역사, 문화 등 교양 강의를 섞어 관심을 끄는 한편, ‘교당 오는 날은 목요일과 일요일’을 정착시켰다. 일요법회에 오기 어려운 경우 목요공부방 출석을 인정해주는 등의 노력으로 10명 안팎이던 참석자가 이듬해 17~8명으로 훌쩍 많아졌다.
“이제는 더 오시면 비좁아서 어쩌나 싶다니까요, 하하. 목요일은 작은 법회기도 하고 미니 단회기도 하지요. 행사 계획이며 준비들도 다 목요일 공부 끝나고 얘기해요. 봉공회에서 준비하신 간식 먹으며 그냥 수다도 떨구요. 그러다보니 새 교도들 서로서로 친해지는 문이랄까, 정례법회 가기 위한 디딤돌이 바로 이 목요공부방이죠.”
맨 앞자리 모범생이자 오락반장(?) 김경원 교도회장은 중간중간 농담으로 긴장을 확 푸는 분위기 메이커. 강의 막바지 정리하는 퀴즈에 대해 교도들에게서 부드럽게 이야기를 끌어낸다. 식순에 맞춰 딱딱 흐르는 정례법회와는 달리, 목요일 7시반~8시반 한시간 강의 뒤에는 웃음도 미소도 더욱 다정해진다.
“올해는 100년 성업을 앞두고 기초교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일원상, 사은에 이어 오늘 삼학인데, 분위기에 따라 집중강의로 길어지기도 하지요.”
월화수 지낸 얘기 목요일에 하고, 금토 지낸 얘기 일요일에 하면서 이웃이요 가족이 되고 있다. 그러니 다양하게 갖다붙이는 이 모든 이름이 왜 진실이 아닐까. 수식도 교당 이름도 안 붙은 상계교당의 ‘목요공부방’, 이 값진 시간의 이름은 목요법회요, 목요특강이며, 또한 목요만남이다.
민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