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일체 대중의 앞길에 법신불 사은의 광명과 은혜가 충만하고 상생 평화의 낙원세계가 크게 열리기를 축원합니다.
지난해 세계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으나 결국 인류는 하나의 세계로 가고 있으며 도덕과 과학이 조화된 참 문명세계로 향하고 있습니다. 교단도 교헌개정 발의와 미래지향적 혁신을 추진하는 등 원불교 100년 성업을 향하여 각 분야에서 재가·출가가 다 함께 정성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금년은 대산종사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거룩한 해입니다. 우리는 한층 더 분발하여 끼치신 은혜에 보답하자는 뜻으로 대산종사의 법문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길’을 다시 받들어 여유·심사·음덕(餘裕·深思·陰德)으로 새해를 기념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여유(餘裕), 넉넉한 마음을 기르는 것입니다.
마음에 선악과 귀천 등 인생의 모든 차별상을 포용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라야 필요한 사물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텅 비워야 고요와 평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연하고 의연한 삶의 태도는 넉넉한 마음에서 나옵니다. 여유로운 마음은 인생의 보배입니다.
느긋한 심정, 넉넉한 마음을 기르는 정신수양에 매진합시다. 시시때때로 마음에 허공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지혜와 창의력이 생깁니다. 역경에 처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마음에 탄력이 생겨서 바로 본래의 마음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여유로움이 바로 행복이며 평화입니다. 또한 그 여유로운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이며 세계를 품을 수 있는 광대무량한 마음입니다.
둘째는 심사(深思), 깊은 지혜를 닦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 속에는 반드시 원인·과정·결과로 이어지는 이치가 숨어 있으므로 그 숨어 있는 원리를 찾아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을 살피고 과거를 반조하며 미래를 내다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피상적인 면만 보고 단촉하게 생각합니다.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순간의 편안함과 눈앞의 이익만을 따라가는 짧은 생각, 그릇된 생각은 불행을 자초하며 어두운 길, 괴로운 길로 인도합니다.
지혜로워지려면 배울 줄 알아야 합니다.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의문을 갖고 사색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색하여 찾은 해답은 다시 현실에서 실험해야 합니다. 이런 사유의 순서를 반복하면 사리 간에 바르게 알아내는 능력이 생깁니다.
생각하고 생각하여 이렇게 해야겠다는 결론이 나면 반드시 대의명분에 맞는가, 도덕적인가, 남도 이롭고 나도 이로운가 하는 등을 검증하는 검문소를 거쳐야 합니다. 걸러지지 않는 생각은 원만한 지혜가 될 수 없습니다. 깊이 생각하면 밝은 지혜가 완성되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심사는 자신을 구원하고 세계를 구원하는 대각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셋째는 음덕(陰德), 남모르게 베푸는 덕행을 쌓는 것입니다.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것입니다. 가진 것을 나누고 불행한 사람의 앞길을 열어주고 성자의 법문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외로운 사람과 동행하며 위로해주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남을 도울 수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육신과 소유물, 그리고 아는 것과 따뜻한 마음 등이 바로 남을 돕고 육성시켜주는 자산입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즐겁고 보람 있는 일로서 곧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범부중생에게 늘 주고만 있는 사람이 바로 성자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자의 삶을 닮아가기를 바랍니다.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이 되고 받은 사람이 주는 사람이 되며, 숨은 것은 나타나고 나타난 것은 숨는 것이 인과의 진리입니다. 우리는 남에게 베풀고도 자랑하지 않는 무상의 큰 덕을 길러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성자의 사랑이요, 자비이며, 인(仁)입니다. 이런 삶이 내가 성자가 되는 길이요, 영원히 잘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자신과 세상을 여유 있게 바라보고, 사리 간에 심사숙고하며, 상 없는 덕을 베푸는 활불이 되어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주인공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원기99년 새해 아침
종 법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