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158차 소성리 아침 평화행동,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박형선 교무님이 할매들 건강을 염려해서 오늘은 비가 내리니 마을회관 앞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그러나 할매들은 박 교무님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고 도로를 고수했다. 도로는 경찰이 늘 우리에게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으니 즉시 해산하라는 그 도로이다. 그래서 폭우 중에도 여느 때처럼 법회를 시작했다. 할매들의 강고한 의지를 보자니 이제 주민들에게도 원불교 법회는 한 몸 같은 일상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원불교 법회는 항상 영주로 시작한다. 초기에는 교무님 홀로 영주를 읊고 참석자들은 멀뚱멀뚱 합장으로 동참했지만, 지금은 주민과 연대자도 한목소리로 영주를 외운다. 이 모습이야말로 소성리에서 원불교가 주민들과 일심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상징이다. 일반인도 일심으로 영주를 고백하는 곳은 소성리 원불교 법회가 유일할 것이다.
소성리 현장에서 원불교의 공덕을 잘 알고 있는 나는 1천 일 기도에도, 지난 4월 대각개교절 때도 말했다. 소성리가 7년 동안 대오를 이루며 매진할 수 있는 이유는 순전히 원불교 때문이라고. 분쟁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듯이 오래된 투쟁현장도 처음의 결의가 퇴색되고 탈이 나는 것을. 그러나 소성리는 여전히 굳건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원불교가 있어서이다.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위세하지 않는 겸손한 처신, 듣고 겪는 일이 많지만 그런 아픔들을 내면 수행으로 올곧이 지켜주기 때문이다. 또한, 재가수행자도 본보기다. 어느 종교나 평신도 수행자 덕에 교단이 유지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원불교 재가 교도는 특히 모범이다. 탈 많은 분쟁현장에서 조용히 공적인 일에 집중하는 교도들 덕에 소성리는 늘 요란하지 않고 풍성하고 충만하다.
나는 소성리에서 원불교와 행보를 같이 한 덕에 여러 교무님을 알게 됐다. 그분들은 소성리에서 고생을 참 많이 한다. 정산종사께서 태어나신 성지가 졸지에 소용돌이에 빠지고 기도수행길이 막히는 비탄뿐만 아니라 공권력에 당하는 수모는 소식만 접하는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다. 법회 중 성물이 압수되고 탁자가 들려 나가고 마지막에는 본인도 강제로 밀려나야 하는 수모를 규칙적으로 겪으니 말이다. 나는 그들이 수난을 당하는 것이 더없이 든든하다. 이심전심, 공동운명, 같은 길을 가는 동지가 됐다는 동병상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성리 현장에서 법신불 사은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간절함이 쌓여서 진밭평화교당 기도 2천일을 맞이한다니! 수난의 현장에서 떠나지 않고 2천일을 유지한 그 성실함에 고개를 숙인다. 게다가 하루하루가 시달리는 하루인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이 눈물이 변하여 기어이 환희의 눈물로 바뀌는 날이 올 것을 고대하며 진밭평화교당 2천일이 원불교만의 날이 아니라 사드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기념일인 것을 고백한다.
8월 26일자